24(절)기는 태양의 지구 중심 겉보기 황경이 특정한 값에 이르는 순간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소한, 대한, 입춘, 우수는 각각 태양 황경이 285도, 300도, 315도, 330도에 이르는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입기 시각을 계산하려면 태양의 황경을 계산해야만 합니다. 입기 시각 계산에 쓰일 수 있는 간단한 수식이나 규칙은 없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역서 편찬실에서는 미국 해군 천문대(U.S. Naval Observatory)에서 편찬한 천체력(The Astronomical Almanac)을 사용하여 입기 시각을 추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세력 제작자들은 이 방법을 쓸 수 없습니다. 먼 과거나 미래의 태양 황경이 수록된 천체력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런 천체력이 있다 하더라도 일일이 보간법으로 입기 시각을 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미리 계산해 놓은 입기 시각을 활용하거나(물론 자료에 대한 사용권을 정식으로 얻어야 하겠지요) 태양 황경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천문 계산 관련 서적에 수록된 계산식은 한두 개가 아니고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아울러 저작권 침해 소지도 있으므로) 입기 시각을 계산하는 방법(제가 고안한 방법)만 개략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의 방법을 따른다면 24기의 입기(절입) 시각을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사용된 황경은 모두 "지구 중심 겉보기 황경"입니다.
1. 한국천문연구원이 펴낸 역서(2000년)에 수록된 입기일을 1차 근사치로 놓고 태양의 황경을 구합니다. 예를 들어, 1500년의 경우, 춘분은 1500년 3월 20일, 추분은 1500년 9월 23일.
2. 24기 입기 순간의 태양의 황경(285도, 300도, 315도, 330도, ...)과 첫 번째 단계에서 구한 황경의 차를 계산합니다.
3. 매 초당 태양의 황경 변화량을 이용하여 1차 근사치(2000년 역서의 입기일)를 보정하여 좀더 정확한 입기 시각(2차 근사치)을 구합니다.
4. 2차 근사치를 초기치로 놓고 태양의 황경을 다시 계산합니다.
5. 24기 입기 순간의 태양 황경(285도, 300도, 315도, 330도, ...)과 세 번째 단계에서 계산된 황경을 비교하여 원하는 정밀도를 얻을 때까지 2번, 3번, 4번 과정을 반복합니다.
입기 시각의 정확성은 태양의 황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계산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만세력을 만들고자 한다면 상당히 긴 기간의 합삭 시각과 24기의 입기 시각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천문 계산의 원리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부분은 길게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책만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Planetary Programs and Tables from -4000 to +2800 (Willmann-Bell Inc.)
Astronomical Algorithms (Willmann-Bell Inc.)
천문 계산에 관하여 진지하게 공부하고자 한다면 위의 두 번째 책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은
http://www.willbell.com 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쓸 만한 음양력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태양과 달의 위치 계산법 정도는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이 분야의 국내 서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의 책으로는 유일하게 "역법의 원리 분석"(이은성 저, 정음사)에 근래의 24기 입기 시각을 추산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