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와 거울
렌즈와 거울
망원경은 렌즈와 렌즈 또는 거울과 렌즈의 합성으로 만들어 진다. 따라서 망원경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의 눈과 렌즈 그리고 거울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사람 눈의 인식 구조
위의 그림은 사람의 눈이 어떻게 물체를 감지하는지 나타낸 그림이다. 그림에서처럼 눈으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곳에 사람이 있을 때, 햇빛이나 등불 등에서 나온 빛이 사람의 신체 부위에 부딪혀 사방으로 산란되고, 그 중 일부는 사람의 눈동자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 때 눈동자는 볼록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며, 눈동자로 들어오는 빛들을 시신경이 있는 곳에 초점을 맺히게 한다. 이 때 시신경에 맺어지는 상은 그림처럼 뒤집히는데 사람의 뇌는 이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다.
렌즈의 원리
왼쪽의 그림처럼 평행한 빛이 볼록렌즈를 통과하면 한 점에서 초점을 맺게 된다. 이 때 렌즈와 초점 사이의 길이를 그 렌즈의 초점거리라 한다. 볼록렌즈는 돋보기, 원시용 안경, 현미경, 망원경 등에 이용된다. 오른쪽 그림은 오목렌즈로 평행한 빛이 입사하는 경우를 나타낸 것이다. 평행한 빛이 오목렌즈로 입사하면 마치 오목렌즈로부터 떨어진 한 점에서 렌즈를 통해 빛이 사방으로 방출되는 것처럼 퍼져나가게 된다. 그 점에서 오목렌즈까지의 거리를 초점거리라 한다. 오목렌즈는 근시용 안경, 망원경 등에 이용된다.
거울의 구조와 원리
거울의 원리
거울의 종류로는 오목거울, 볼록거울 그리고 평면거울 등이 있다. 오목거울은 원리상 볼록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볼록거울은 오목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위 그림의 왼쪽 부분은 오목거울에 평행한 빛이 입사했을 때를 보여주며, 오른쪽 거울은 볼록거울에 평행한 빛이 입사했을 때를 나타낸 것이다. 오목거울에 평행한 빛이 입사하면 마치 볼록렌즈가 빛을 모으는 것과 같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히고 거울로부터 그 점까지의 거리를 그 거울의 초점거리라 한다. 볼록거울에 평행한 빛이 입사하면 마치 거울 뒤의 한 점에서 빛이 나오는 것처럼 반사된다. 그리고 거울에서 그 점까지의 거리를 초점거리라 한다.
렌즈의 투과율과 거울의 반사율
렌즈에 입사된 모든 빛은 렌즈를 통과하지 못한다. 즉 재질의 특성 때문에 반사되는 빛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거울 또한 부딪히는 빛이 모두 반사되지 않는다. 렌즈의 경우 표면에 유전물질(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질)로 코팅함으로써 투과율을 높일 수 있다. 즉 투과율이 높은 렌즈가 좋은 렌즈라고 할 수 있다. 거울의 반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리의 표면에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로 코팅을 입히면 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코팅 재질은 알루미늄인데 반사율이 비교적 높으면서 부식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을 사용하면 반사율을 더 높일 수 있으나 부식이 잘되고 파장 별로 반사율의 차이가 큰 문제점이 있다.
렌즈와 거울의 특성
집광능력
집광능력이란 집광력이라고도 하며, 빛을 모으는 능력을 말한다. 볼록렌즈나 오목거울로 입사된 빛은 한 초점에서 모이는데, 렌즈나 거울의 집광력은 이러한 초점에 빛을 얼마나 많이 모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크기의 렌즈와 거울은 집광력이 같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서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렌즈의 투과율과 거울의 반사율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렌즈의 경우 렌즈자체의 투과율이 집광력에 영향을 미치고, 거울의 경우 주경의 반사율과 부경의 반사율 그리고 부경 지지대에 의한 빛의 차단 등이 집광력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굴절망원경의 렌즈에 투과율은 무반사 코팅을 하면 98%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반사망원경의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거울은 반사율이 약 85% 정도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반사망원경은 주경과 부경, 두 개의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은다. 따라서 두 거울에서 반사된 뒤의 빛의 양은 입사된 양의 약 72% 정도가 된다. 또한 부경이나 부경의 지지대 등에 의한 손실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접안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입사된 빛의 약 6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구경 100mm 반사망원경의 빛을 모으는 능력은 구경 80mm 굴절망원경의 능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분해능
분해능이란 두 점을 분해해서 볼 수 있는 최소의 각거리를 뜻한다. 그림처럼 눈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두 점이 있다고 하면, 그 사이의 각을 분해각 이라고 하며 만약 두 점이 사람의 눈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거나 두 점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우면 사람의 눈은 두 점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의 눈은 분해능이 대략 1/60도(=1 분)이며, 렌즈의 분해능은 대략 15초/D(cm) 이다. 여기서 초는 1/3600도이며, D는 cm 단위의 렌즈 지름이다.(이러한 분해능은 망원경에도 적용이 된다.) 망원경의 분해능은 렌즈나 거울의 지름에 반비례하므로 지름이 클수록 적은 분해각(이를 분해능이 높다고 한다)을 갖는다. 그리고 망원경의 분해능은 렌즈나 거울의 지름 이외에도 연마 정도에도 관련이 있다. 렌즈나 거울이 이상적으로 연마되지 않았을 경우 초점이 제대로 맺히지 않아 분해능을 떨어뜨리며, 반사망원경의 경우 부경 및 부경 지지대 역시 빛을 차단하여 분해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렌즈와 거울의 수차
렌즈나 거울을 얼마나 정밀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빛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하거나 초점면이 곡면이 될 수도 있으며, 상이 찌그러져 보이기도 한다. 이를 렌즈나 거울의 수차라 한다. 수차의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색수차
색수차란 대상의 주변에 무지갯빛으로 번져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렌즈를 통과하는 모든 평행한 빛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히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붉은 빛은 푸른빛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멀리 초점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색수차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굴절률이 다른 재질의 유리를 두 개 이상 겹쳐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한 렌즈를 아크로메틱 렌즈라고 하는데 이것을 사용하면 붉은 색과 푸른색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게 된다. 이렇게 하면 다른 색들도 거의 비슷한 곳에서 초점을 맺게 되어 색수차가 어느 정도 제거된다. 그러나 색수차를 보다 완벽히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세 번째 그림처럼 굴절률이 다른 세 개의 렌즈를 중첩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아포크로메틱 렌즈라 부르며, 아포크로메틱 렌즈는 사용되는 유리의 재질에 따라 ED렌즈, SD렌즈, 프로라이트(형석) 렌즈 등으로 나뉘는데 학술적 표현 방법은 아니나 널리 사용되는 용어이다. 아포크로메틱 렌즈는 색수차가 잘 보정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색수차는 거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구면수차
그림처럼 거울을 구면으로 만들 경우 거울의 중심부로 입사된 빛과 거울의 가장자리로 입사된 빛이 맺는 초점의 위치는 서로 다른데 이를 구면수차라 하며, 렌즈의 경우에도 나타난다. 구면수차를 제거하는 방법은 렌즈나 거울을 비구면(예를 들면 포물면 등)으로 연마하는 방법 등이 있다.
코마수차
코마수차란 혜성형 수차라고도 하며 옆의 그림처럼 렌즈 축에 대해 경사져 입사된 평항한 빛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하고 점상이 마치 혜성의 모습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코마수차는 렌즈나 거울의 축에 평행하게 입사된 빛에는 나타나지 않고 축으로부터 경사가 심할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코마수차가 심한 렌즈나 거울은 볼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게 된다.
비점수차
비점수차란 그림에서처럼 렌즈나 거울의 수직선을 따라 입사된 빛이 맺는 초점과 수평선을 따라 입사된 빛이 맺는 초점의 위치가 서로 달라 상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비점수차를 일으키는 주요인은 렌즈나 거울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찌그러지는 경우이다. 사람 눈의 난시현상도 일종의 비점수차이다. 근시인 사람이 안경을 끼지 않거나 낮은 도수의 안경을 낀 상태에서 상이 잘 보이지 않아 자주 눈을 찌푸리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큰 거울이나 렌즈는 중력에 의해 찌그려져 비점수차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대형 반사망원경은 거울이 커서 비점수차가 잘 나타나며, 거울을 고정시키는 나사를 무리하게 힘을 주어 고정시키면 거울이 비틀어져 비점수차가 나타날 수 있다.
왜곡수차
왜곡수차란 그림에서처럼 실제 네모 모양이 각 방향으로 왜곡되어 맺히는 경우를 왜곡수차라 한다. 왜곡수차는 초점이 한 점에 맺히지 않는 것은 아니며, 상의 전체적인 모습과 관련이 있다. 사진촬영 시 필요에 따라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상면 만곡
상면 만곡이란 그림에서처럼 평면이 아닌 곡면에 상이 맺히는 현상을 말한다. 상면만곡 역시 왜곡수차처럼 초점이 한 점에 맺히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반사망원경의 상면만곡을 해결하기 위해 주경과 부경을 모두 쌍곡면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리치-크레티앙식 반사망원경).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경우 초점이 길어져 상대적으로 어두운 천체인 성운, 성단 등의 관측에 불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