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의 성능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집광력과 분해능입니다. 집광력은 빛을 모으는 능력으로 어두운 천체를 얼마나 잘 관측할 수 있는가 하는 성능을 나타내고, 분해능은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나 빛을 내는 영역을 얼마나 잘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입니다.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에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망원경의 구경(직경)이 크면 클 수록 넓은 영역에서 빛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집광력도 좋아지고, 큰 구경에 비례하여 분해능도 향상됩니다.
망원경의 분해능은 관측하는 빛의 파장을 망원경의 구경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되는데, 가시광 영역의 파장이 전파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보다 수십만 배 더 짧기 때문에 전파망원경은 아무리 큰 구경을 가진 망원경이라 하더라도 광학망원경의 분해능 보다 성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10cm 아마추어 광학망원경의 분해능이 직경 100m 전파망원경 보다 수십~ 수백 배 더 좋습니다.
이러한 전파망원경 분해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바로 전파간섭계(Radio Interferometer) 입니다. 1974년 노벨상을 받은 이 기술은 서로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들을 이용하여 같은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고, 이렇게 관측된 데이터를 합성하게 되면 마치 망원경이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는 구경을 가진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장기선(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수 백 km 이상 떨어져 있는) 전파간섭계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은 서울, 울산, 제주에 위치한 직경 21m 전파망원경 3기를 이용하여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하고, 이렇게 관측된 데이터를 하나로 합성하게 되면, 마치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는 500km 구경을 가진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것과 동일한 분해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현된 분해능은 21m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보다 무려 2만 배나 더 높은 분해능을 가집니다.
대륙을 넘어 우주에 이르기까지, 전파망원경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가장 높은 분해능을 구현할 수 있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를 이용하면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나 먼 우주의 미세한 구조들을 자세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KVN 한국우주전파관측망 Korean VLBI Network
KVN Yonsei ↔ KVN Ulsan (305.2km)
KVN Ulsan ↔ KVN Tamna (358.5km)
KVN Tamna ↔ KVN Yonsei (477.7km)
KVN Yonsei
KVN Yonsei Observatory
KVN Ulsan
KVN Ulsan Observatory
KVN Tamna
KVN Tamna Observatory
[그림] 우리나라 최초의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21m 전파망원경 3기를 연결하여 마치 우리나라 크기 만한 구경을 갖는 분해능을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