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미래
열린 우주, 닫힌 우주
우리의 우주는 열렸는가? 닫혔는가?
프리드만 우주는 k값에 따라 열린 우주가 되기도 하고, 닫힌 우주가 되기고 한다. 그런데 현실 속에 있는 우주는 어느 편에 속할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관측으로 감속계수 또는 허블 상수와 우주의 평균밀도를 알아야 한다. 감속계수 q0는 우주팽창이 중력으로 감속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파라미터이다. q0가 1/2 보다 크면 닫힌 우주, 1/2 보다 작으면 열린 우주, 1/2 이면 곡률이 0인 열린 우주(유클리드 공간)가 된다. 감속계수를 대신하여 우주의 평균밀도ρ와 임계밀도ρc의 대소 관계를 알아봐도 된다. 임계밀도ρc는 허블상수와 중력상수로부터 구해진다. 만일ρ가 ρc보다 작으면 열린 우주, ρc 보다 크면 닫힌 우주, ρc와 같으면 유클리드 적 우주가 된다. 허블 상수의 역수는 거의 우주나이와 같다. 그러나 정확한 연령은 q0의 값에 따라 다르게 된다. 유클리드 적 우주에서는 우주의 나이는 2/3 H0-1 인데, 닫힌 우주에서는 그보다 짧고, 열린 우주에서는 그보다 길다.
3가지 우주 모델
3가지 우주 모델의 k, 감속계수(q0), 우주의 평균밀도(ρ), 나이(t)를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k |
우주모델 |
감속계수(q0) |
우주의 평균밀도(ρ) |
나이(t) |
1 |
폐쇄, 유한 |
q0 >1/2 |
ρ > ρc |
t < 2/3 H0-1 |
0 |
개방, 무한 |
q0 = 1/2 |
ρ = ρc |
t = 2/3 H0-1 |
-1 |
개방, 무한 |
q0 < 1/2 |
ρ < ρc |
t > 2/3 H0-1 |
우주인자
과거와 미래를 결정하는 우주인자
허블에 의해 시작된 관측우주론은 그 후로 망원경과 검출기의 발전에 힘입어 거대한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는 퀘이사의 발견,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차가운 우주배경복사의 발견, 거대구조의 발견,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 보이는 중력렌즈의 발견 등 많은 발전을 했다. 오늘날 관측우주론의 주요 목표는 우주의 구조와 상태를 자세히 밝히고, 팽창하는 우주에서 은하, 은하단, 초은하단과 같은 거대구조의 생성과 진화과정을 규명하며, 이로부터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측과 이론을 통하여해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 그 중에서 최근에 가장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우주의 나이와 우주인자 문제를 간단히 알아보자. 우주의 구조와 상태를 기술하려면 우주에 있는 물질의 양과 은하들의 운동 상태를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된 인자를 우주인자라고 하며, 대표적인 우주인자는 아래와 같다.
허블상수(H)
: 우주의 현재 팽창률을 나타낸다.
감속인자(q0)
: 우주 팽창속도의 현재 감속량 또는 가속량을 나타내며, 감속계수라고도 한다.
우주상수(Λ)
: 우주척력의 크기를 나타낸다.
밀도인자(Ω0)
: 우주의 현재 밀도를 나타낸다. 이는 바리온(baryon,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무거운 입자)의 양을 나타내는 바리온 물질인자, 암흑물질을 포함해 물질 전체의 밀도를 나타내는 물질 밀도인자, 우주상수의 크기를 나타내는 우주상수 밀도인자 등으로 이루어진다.
우주의 곡률(K)
: 우주의 공간적인 성질을 우주곡률로 나타내는데, 우주곡률이 0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편평한 공간이고, 우주곡률이 양수이면 구면과 같은 볼록한 공간이며, 우주곡률이 음수이면 말안장의 면과 같은 오목한 공간을 나타낸다. 이는 밀도인자의 값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밀도인자의 값이 1이면 편평한 공간, 1보다 크면 볼록한 공간, 그리고 1보다 작으면 오목한 공간에 해당된다.
우주의 나이
: 가장 오래된 천체의 나이를 나타낸다. 이는 우주가 대폭발 이후 현재까지 팽창하는데 걸린 시간을 나타내는 우주팽창나이(보통 허블나이라고 함)와 같거나 이보다 작아야한다.
이와 같은 우주인자들의 값을 정확히 알면, 우주의 구조, 나이, 과거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인자의 결정은 관측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다. 관측우주론에서는 오랫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이 인자들의 값을 측정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대략적인 값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정확한 값은 관측적으로 매우 어려워 아직 모르고 있다. 그래서 측정오차를 줄이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고무줄같은 우주의 나이
허블상수의 값은 허블이 1929년에 5백km/초/Mpc(1백만pc만큼 떨어진 천체가 1초에 5백km의 속도로 멀어진다는 뜻)의 값을 발표한 이후 천체의 거리 측정 방법이 향상되면서, 점점 작아졌다(반면 우주의 크기는 커짐). 1999년 2월에 발표된 허블상수의 값은 약 65km/초/Mpc이다. 이로부터 우주상수가 0일 때의 우주의 팽창나이를 구하면 1백20억년이 된다. 이 팽창나이는 가장 늙은 구상성단의 나이인 140억년보다 작다. 이는 부모(우주)가 자식(구상성단)보다 나이가 적게 되는 꼴로 모순이다. 이것이 유명한 우주의 나이 문제이다.
우주의 나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우주의 팽창나이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우주 팽창률이 과거보다 크면 된다. 결국 중력의 효과를 줄이는 척력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아인슈타인이 도입했던 우주상수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이 우주상수의 값이 0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주는 현재 가속되고 있고, 우주상수 밀도인자가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이 우주상수가 크면 우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력에 비해 척력 효과가 커지므로 팽창속도가 점점 늘어난다. 결국 우주의 팽창나이가 우주상수가 0일 때에 비해 늘어나게 되므로, 우주의 나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오는 우주의 현재 밀도인자의 값은 1(이 중 물질 밀도인자는 0.3이고, 우주상수 밀도인자는 0.7임)로서, 현재의 우주공간은 우주 곡률이 0인 편평한 공간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값들은 아직도 불확실해 정밀한 측정을 할 수 있는 연구가 앞으로도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대우주론의 화두는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은하와 은하단 같은 거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했을까"라는 것이다. 지금의 우주나이로는 이런 거대구조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최근에 전 세계에 걸쳐 대형 망원경이 건설되고 있고, 1백만 개에 이르는 은하들의 위치와 후퇴속도를 측정하려는 대규모 탐사도 진행되고 있다.
우주의 운명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의 결과를 우주론에 적용시켜 모든 은하 및 천체들의 중력이 우주공간 전체를 휘게 만드는 우주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그가 그린 우주는 전혀 진화하지 않는, 정적인 우주였다. 이는 그가 이론을 세울 당시 우주가 팽창하는 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정적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은하들은 서로 당기기만 할 뿐 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한의 은하를 가지고 정적인 우주를 엮어놓으면, 그 우주는 중력에 의해 한 곳으로 모여들어 붕괴해야 한다. 즉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극도로 불안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게 된다. 즉 은하들 사이에는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 이외에도 서로 미는 척력이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서로 잡아당겨서 붕괴하는 은하들 사이에 버팀목을 집어넣어 그 붕괴를 막는다는 발상이었다. 혹 책이나 잡지에서 '아인슈타인의 실수', '아인슈타인의 고집' 등 아인슈타인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한 제목이 눈에 띄면 바로 이 척력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우주척력은 의외로 간단히 만들어졌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에 상수(Λ)를 갖는 항을 집어넣으면 거리에 비례하는
우주척력이 기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상수( Λ)를 '우주상수'라 하며, 이 상수를 포함하는 항을 '우주항'이라고 부른다.
우주항의 매력은 단순히 상수 하나를 끼워 넣은데 있는데, 이는 방정식에서 상수가 추가되는 일은 흔하기 때문이다.
1920년대 말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함으로써 우주가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집어넣은 것이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하며 이를 철회하였다.
동적인 우주의 운명은 평균밀도가 어떤 값보다 크면 팽창을 방해하는 중력이 거세지므로 다시 수축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어떤 값보다
작다면 팽창을 저지하지 못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한다. 이 두 경우의 경계가 되는 밀도는 1m³ 당 수소원자 1개 정도가
존재하는, 인간의 기술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거의 완벽한 진공의 밀도에 해당된다. 우주론자들은 현재의 우주밀도를 위의 경계
값으로 나눈 것을 밀도계수(density parameter) 혹은 밀도인자라고 부른다. 즉 우주에 물질이 하나도 없으면 밀도계수는
0이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주는 감속할 이유가 없으므로 영원히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게 된다. 그런데 밀도계수가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경우(0<Ω0<1)와 밀도계수가 1인 경우(Ω0=1)는 물질의 양이 작으므로 우주는 영원히 팽창한다. 그리고 밀도계수가 1보다 크면(Ω0>1) 물질의 양이 크므로 우주는 팽창하다가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관측결과는 밀도계수가 1에 수렴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중입자로 만들어진 빛나는 천체들의 평균밀도는 겨우 ~0.04 ± 0.01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 눈에 밝게 보이는 은하들은 이 우주에 존재해야하는 질량의 10%가 채 되지 않음을 뜻한다. 결국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암흑 물질(dark matter)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고, 앞으로의 천문학은 이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