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우주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어떻게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주가 점점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꾸로 뒤집으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리 우주는 점차 작아질 것이다. 꽃이 피는 장면을 찍은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 꽃봉오리가 다시 오므라지고 돋았던 싹이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리듯이 팽창하는 우주 역시 거꾸로 돌린다면 차츰 축소되어 마침내는 우주가 아주 작은 하나의 덩어리가 될 것이다. 그 덩어리는 다시 작아지고 작아져서 하나의 점이 되고 언젠가는 우리 우주 즉 그 점이 처음 탄생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는 처음부터 줄곧 있어 온 것이 아니라 갓난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듯이 아득히 먼 어느 날 처음 태어나서 오늘날까지 팽창을 계속해 온 것이 아닐까? 바로 이러한 의문들이 '빅뱅' 즉 대폭발 이론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허블의 관측 결과와 프리드만, 르메트르의 선구적 연구를 토대로 1956년 러시아 출신의 미국 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는 우주의 초기 상태를 규명하려 했던 것에서 빅뱅이론을 제안하였다. 가모프는 한때 프리드만의 제자이기도 했다.
빅뱅 이론
빅뱅이론이란 간단히 말해서 우주가 어떤 한 점에서부터 탄생한 후 지금까지 팽창하여 오늘의 우주에 이르렀다는 이론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황당하기도 하고, 수백억년 전의 우주를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시하지 못할 많은 과학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빅뱅이론은 현재 우주모델의 표준이 되는 것으로 상당히 강력한 과학적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우주가 특이점에서 생겨나 지금까지 약 140억년 정도의 나이를 가졌다는 것과 양자론,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플랑크 타임(10-43초) 이후의 우주 진화를 설명할 수 있고 예측할 수도 있다. 물론 예전에 평평함의 문제(Flatness problem)라는 것과 지평선 문제(Horizom problem), 자기 단극자 문제(monople problem)가 대두되어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구스의 인플레이션이론으로 인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이 인플레이션 이론 역시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빅뱅이론과 정상우주론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우주가 정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팽창하고 있는가? 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빅뱅 이론은 우주가 왜 대폭발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없었으며 관측의 정확성도 불확실하여, 당시 허블이 계산한 약 20억년이라는 우주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 약 46억 년보다도 짧은 모순도 생겼다. 따라서 우주는 영구불변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1948년에 영국의 본디, 골드, 호일 등은 '정상 우주론' 을 제시하였다.
정상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영구불변하므로 우주탄생의 순간을 생각할 필요가 없고, 지구의 나이와도 모순이 생기지 않았지만 정상 우주론에서는 진공에서 물질이 생긴다는 최대의 문제점이 있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과거에 무엇인가 격변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팽창을 역으로 생각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모든 물질이 한곳에 모여 있는 '시작점' 에 이르게 될 것이다. 즉 우주의 모든 질량이 무한 밀도로 압축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를 '특이점' 이라 한다.
1940년대 거의 동시에 나타난 빅뱅 이론과 정상 우주론은 둘 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그 후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가 하나 둘 생겨나자 정상 우주론과의 치열한 논쟁이 거의 매듭짓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들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자.
빅뱅이론과 팽창하는 우주
천문학자들은 빅뱅이 공간 안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공간이 창조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빅뱅이전에는 공간도 시간도 물질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것들은 모두 빅뱅으로 창조된 것이라 믿었다. 즉 "무(無)" 라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무라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고 설명이 쉽지 않다.
빅뱅으로부터 터져 나온 물질은 입자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가스 형태였을 것이다. 이 가스 구름은 팽창하면서 냉각했고 몇 백만 년 뒤 더 작은 가스구름들로 부서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때로 이 구름들은 부분적으로 뭉쳐져 은하를 형성하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도 우리는 은하들 사이의 공간이 팽창함으로써 이들 은하들이 여전히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빅뱅이론의 문제점
빅뱅이론에 의하면 우리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불덩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빅뱅 이론으로는 우주가 탄생한 순간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주 탄생 약 1초 후 부터는 설명이 가능하다. '1초' 라 하면 우리 생활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주의 탄생 과정에서 최초의 1초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빅뱅 이론으로 우주의 기원에 대한 많은 의문은 풀렸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인플레이션 이론
갓 태어난 우주는 약 10-33cm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우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무한이라 할 수 있는 진공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진공 에너지는 음(마이너스)의 압력을 가지고 있어서 공간을 급격히 팽창시킨다.
우주 탄생으로 부터 10-36초 후, 우주는 광속을 훨씬 넘는 속도로 팽창을 시작하여 짧은 시간 사이에 엄청난 크기로 커졌다. 이것을 우주의 '인플레이션'(inflation) 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었던 원인으로는, 진공에너지에 의한 팽창을 가속시키는 효과에 있다고 본다. 보통 진공이라고 해도 전자기파 등의 다양한 요동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동이 있으면 당연히 그 에너지도 있기 마련이다. 또한 공간은 원자보다도 훨씬 작은 마이크로의 규모로 보면 복잡하게 구부러져 있다. 그 공간의 구부러짐에 의한 에너지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입자가 없는 진공이라는 상태에서도 그들의 에너지가 어떠한 이유로 상쇄되지 않는 한, 공간에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시대인데도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물리의 기본 법칙 자체는 시대를 초월하여 '불변하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물질에는 존재하지 않는 입자라도, 가속기로 만들어 내어 그 성질을 조사할 수 있다. 그 결과 밝혀진 물리 법칙을 이용하여 학자들은 초기 우주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서하고 있다. 현재 우주의 진공 에너지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주 공간은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그 결과 모든 천체는 산산 조각으로 흩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 초기에도 그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의 우주 공간과는 어떠한 의미에서는 성질이 완전히 달랐을 것이므로, 오히려 진공 에너지가 0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쪽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FAQ
FAQ 1. 우주는 정지하고 있을까? 팽창하고 있을까?
1916년, 독일의 아인슈타인(A. Einstein)은 '일반 상대성 이론' 을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공간은 그 곳에 존재하는 물질의 중력으로 팽창하거나 수축하는데, 1917년 아인슈타인은 그 방정식을 우주에 적용시켰다. 그러나 그대로 적용시키면 은하 등 우주에 있는 물질들의 중력으로 우주는 자꾸 수축해 버린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영원하며, 불변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수축을 막는 '우주상수'를 방정식에 덧붙였다. 이것으로 인해 우주 전체는 중력에 의한 수축의 힘과 우주상수의 배척력이 어우러져 수축도 팽창도 하지 않고 가만히 정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1922년, 러시아의 프리드만(Friedman)은 우주상수를 방정식에서 떼어내어 우주에 적용한 결과 세 가지의 해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해답에 따르면, 만일 우주에 있는 물질의 질량이 작다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하게 되고, 반대로 우주에 있는 물질의 질량이 크다면 우주는 팽창에서 수축으로 전환하며 두 경계인 경우에는 우주는 감속하면서 영원히 팽창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즉 우주는 시간과 함께 변화한다는 것이 프리드만의 결론이다.
1929년, 미국의 허블(Edwin Powell Hubble)은 실제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그의 관측에 따르면 은하는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더욱이 그 속도는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프리드만의 학설이 허블의 발견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프리드만은 은하들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까지 만들었는데 허블이 실제로 관측한 속도와 거의 비슷했다.
이 관측 결과를 알게 된 아인슈타인은, 방정식에 우주상수를 덧붙인 것을 생애최대의 과오 라 하며 몹시 후회했다고 한다. 1940년대 이후 이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두 우주 모델이 발표되어 큰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 두 모델이 바로 빅뱅이론과 정상우주론이다.
FAQ 2. 특이점을 어떻게 다룰것인가?
특이점은 독특하고 유일한 사건이다. 이것을 어떻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인가? 우주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질이 극단적인 고밀도와 고온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모른다. 한편 입자물리학자들이 물질의 궁극입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입자의 보다 더 하층구조를 연구할수록 더욱 큰 에너지를 갖도록 입자를 가속하는 가속기가 필요했다. 시간이 갈수록 가속기는 거대해졌다. 하지만 이제 그 한계에 도달하고 말았다. 현재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지구보다 더 큰 가속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입자를 검출하는 검출기 문제이다. 검출기의 성능은 나날이 향상되어 왔지만 극히 희박한 물질의 기본입자를 검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것들은 지구상의 자원과 여건만으로는 실험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우주의 초기상황을 주목하였다. 빅뱅의 에너지는 현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인 것이다. 또한 우주론 연구자들은 물질이 극심한 고온상태에서 어떻게 되는가를 주목하였다. 이렇게 하여 극대를 연구하는 분야와 극미를 연구하는 분야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게 된 것이다.
입자들의 상호작용은 온도와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약해지고 단순해진다. 그리고 입자들의 에너지가 무한히 증가하면 입자들은 전혀 작용하지 않는 상태로 무한히 접근해간다(점근적 자유, asymptotic freedom)는 것이 밝혀졌다.
FAQ 3. 팽창과정에서 상전이는 어떨까?
상전이(phase transition)란 온도변화에 의하여 얼음이 물로 변하거나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우주에서도 매우 고온이 되고 여러 개의 입자가 탄생하면 요동의 성질이 갑자기 변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공간의 상전이라고 부른다. 우주는 초기의 초고온 상태에서 현재까지 냉각을 계속해 왔을 것이므로 그 동안에 여러 차례 상전이가 있었던 것으로 과학자들을 예상했다.
물속과 얼음 속에서의 물질의 움직임이나 음파의 전달방식 등이 완전히 다르다. 이것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전이가 일어나면 공간의 성질이 변하게 되므로 힘의 전달방식도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원자핵 안에 있는 양성자나 중성자는 쿼크라는 입자 세 개가 모여 형성된다. 현재의 우주에서 쿼크는 단독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초기 우주에서는 상전이 때문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쿼크 사이의 힘의 작용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기 우주와 현재 각 입자의 질량은 많이 달랐을 것으로 본다. 현재 우주에서는 질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속기로도 만들기 힘든 입자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무거운 입자도 초기 우주에서는 가볍고, 무수히 존재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FAQ 4.우주가 태어났을 때의 증거는 있는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 갈수록 우주공간은 수축하고, 모든 물질이 그 구성 입자로 분해된 초고온·초고밀도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 그 시대를 '빅뱅 우주'라고 부르는데, 그 시대가 끝날 무렵의 흔적은 지금도 우주배경복사나 경원소(經元宵)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의 우주, 인플레이션 우주나 그 이전 우주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빅뱅 시대의 일을 조사하고,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야 그러한 빅뱅 우주가 되는가를 이론적으로 조사해야만 한다.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우주배경복사의 요동이다. 이것은 빅뱅 시대의 빛이 세기(온도의 크기)의 장소에 의한 요동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시대 물질의 밀도는 요동과 관계가 있으며, 그 후 우주에서 천체 형성의 씨앗이 되는 중요한 파라미터이다. 이 요동의 기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우주론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빅뱅 이전의 우주에 대한 이론과 관계가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이것은 진공의 요동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FAQ 5. 요동이 있어도 무(無)인가?
우주론에서 '무(無)'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지만, 이 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으므로 각각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공간도 아무것도 없는 무를 뜻하고, 나머지는 공간은 있지만 그 안에 물질이 없는 무, 즉 진공을 뜻한다. 20세기 들어와 양자론의 등장으로, 완전한 '무'는 있을 수 없으며 요동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의미의 무 가운데 어느 것에나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공간의 변화도 물질의 운동과 같이 생각된다).
우선 공간에 대하여 그 뜻을 생각해 보면, 공간은 크기가 없는 상태에 머물 수 없다. 요컨대 요동으로 우주는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무 안에 요동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요동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무로서 있을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진공으로 여겨지는 공간에도 사실을 전자기파나 다양한 물질의 극미한 요동이 숨어 있다. 진공 속에 두 개의 금속판을 놓으면, 그 사이에 미소한 힘이 작용하여 서로를 잡아당기게 된다. 이것은 전자기파 요동의 영향에 의한 '캐시미어 효과'(casimir effect)라고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