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일몰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실제로 춘분과 추분에는 낮의 길이가 보통 8~9분 더 긴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춘분과 추분에 밤낮의 길이가 같다고 알려진 이유는 일출/일몰 시각의 기준과 춘분/추분 시각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의 기준은 일출과 일몰 시간입니다. 해의 가장 윗부분이 지평선(혹은 수평선)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낮이 시작되고, 반대로 해가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면 밤이 됩니다. 그런데 춘분과 추분은 해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에 오는 날입니다.
지구는 북극과 남극을 연결하는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는데, 지구의 북극을 하늘로 연결한 지점이 하늘의 북극, 즉 북극성 근처의 하늘입니다. 그리고 북극과 남극에서 90도 떨어진 지점, 즉 지구의 적도를 그대로 하늘로 연장한 곳이 바로 하늘의 적도인데 하늘의 북극 바로 아래 지점이 정확히 북쪽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90도 떨어진 정동(正東, 정확히 동쪽)과 정서(正西)가 바로 하늘의 적도가 지나는 지점입니다. 해가 하늘의 적도에 있다는 것은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6시간 후에 남쪽을 지나 다시 6시간 정도 후에 정확히 서쪽으로 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해의 중심인데 해의 중심이 지평선에 올 때는 이미 해의 절반 정도가 뜬 다음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춘분과 추분에는 낮 시간이 밤 시간보다 길며,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 씩 같은 날은 보통 춘분일보다 3~4일 전, 추분일보다 3~4일 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