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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중력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중력파(重力波, gravitational waves)는 시공간에 발생한 “잔물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중력의 작용을 고려하여 4차원 시공간을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인 상대성이론을 발표하였다. 1906년에는 중력파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중력파는 상대성이론으로 중력의 작용을 기술할 때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17세기 아이작 뉴턴이 제시한 중력 이론인 뉴턴 역학은 시간과 3차원 공간을 별도로 다루고 있다. 또한, 중력의 작용이 순간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뉴턴 역학에 의하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하더라도 시간이나 공간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을 가진 물체의 가속 운동에 의해 시공간에 잔물결과 같은 요동이 발생하며, 이것이 빛의 속력으로 전달된다. 이렇게 빛의 속력으로 전달되는 시공간의 요동을 중력파라 부른다.
중력파원과 중력파 천문학
지구상에서 관측 가능한 주요 중력파원 천체의 대표적인 예는 중성자별블랙홀이다. 가깝게는 우리 은하 내에서 일어나는 초신성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도 지구에서 검출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은 무거운 별의 최종 진화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천체로, 밀도가 높고 크기가 작아서 밀집성 혹은 고밀도 천체라 부른다(영어로는compact object라고 한다). 항성진화이론에 따르면, 태양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 무거운 별들이 초신성 과정을 겪으면서 폭발하고 블랙홀이나 중성자별과 같은 잔해물을 남기게 된다.

두 개의 별이 서로 공전하는 천체를 쌍성(雙星)이라 부른다. 지구상에 건설한 중력파 검출기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의 병합(coalescence)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를 검출할 목적으로 만든 정밀한 기기이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블랙홀 (혹은 중성자별) 두 개가 공전운동을 할 때 중력파가 발생하며, 이 때문에 쌍성의 에너지와 각운동량이 줄어든다. 두 별이 점점 가까워지다가 (나선 궤도 운동 단계), 결국 충돌하게 된다(합병 단계). 최종적으로는 두 중성자별이나 두 블랙홀이 합쳐져 하나의 블랙홀을 형성하며, 시간이 지나면 시공간에 발생한 변화는 사라지고, 중력파 방출도 중단된다(잦아듦 단계). 지구상의 중력파 검출기는 밀집성 쌍성의 병합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를 불과 수 초 - 수 분 정도의 짧은 신호로 포착하게 될 것이다.
시간(초)에 따른 중펵파의 세기(10-21)
밀집 쌍성 병합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 파형.
중력파의 존재 증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중력파 방출 논문이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나, 1970년대에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관측적 증거가 전파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1970년대 미국의 전파 천문학자 러셀 헐스(Russell A. Hulse)와 조세프 테일러(Joseph H. Taylor Jr)는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으로 전파 펄서가 중성자별과 공전하는 쌍성을 발견하였다. 모든 펄서는 중성자별이므로, 헐스와 테일러는 중성자별-중성자별 쌍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셈이다. 이후 수십 년간의 후속 관측으로, 헐스-테일러 펄서 쌍성의 공전 주기가 감소하고 있으며, 그 감소율이 상대성이론의 예측과 매우 잘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러셀 헐스와 조세프 테일러 박사는 “새로운 종류의 펄서 발견과 그 발견으로 인해 열린 중력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공로로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중성자별 쌍성의 존재와 공전주기 감소율 관측 결과로 중력파의 존재는 간접적으로 증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력파를 지구상의 검출기를 사용하여 직접 검출하고 이를 통해 천문현상을 관측하고자 하는 노력이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연도에 따른 공전주기 감소율. 관측결과:중력파 방출로 인한 에너지 손실로 두 중성자별 사이의 거리가 줄고 있다.
헐스-테일러 펄서-중성자별 쌍성의 공전주기 감소율 관측 결과.
러셀 헬스와 조제프 테일러박사
펄서-중성자별 쌍성 발견으로 1993년 노벨상을 수상한 러셀 헐스와 조제프 테일러 박사.
중력파 검출 노력(1960-2017)
중력파 신호는 매우 약하다. 현대 중력파 검출기는 최첨단 광학 기술과 진동상쇄 기술 등이 집약된 초정밀 측정기기이다.

상대성이론 발표 후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중력파 검출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적 이론적 환경이 마련되었다. 중력파 검출기는 미국과 유럽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 수 톤을 이용한 공명 검출기(resonance detector)가 처음 시도되었으며, 이어 70년대부터는 대형 레이저 간섭계 기반 검출기가 설계/개발되었다.
60-70년대:조제프 웨버 교수와 최초의 중력파 검출기, 80년대-현재: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지하의 40미터급 레이저 간섭계 왼쪽부터, 킵쏜, 로널드 드레버, 로비보이트 교수, 2010-현재:어드밴스드라이고
지난 반 세기 동안 개발된 중력파 검출기와 중력파 천문학의 선구자들
2017년 현재 수백 미터-킬로미터급 레이저 간섭계에 기반한 중력파 검출기가 세계 곳곳에 건설되고 있거나 가동 중이다. 대표적인 레이저 간섭계 기반 검출기는 미국에 설치된 중력파 검출기 라이고(LIGO), 유럽에 설치되어 있는 비르고(Virgo) 일본에서 건설중인 카그라(KAGRA) 검출기이다.
바르고, 라이고 리빙스턴, 라이고 핸포드 세 검출기의 위치를 이어만든 평면에 대해 진짜 위치가 대칭되어 보이는 지점(거울이미지) 중력파원의 진짜 위치
위 사진은 지구상에 건설된 킬로미터급 레이저 간섭계 기반 중력파 검출기이다.. 왼쪽부터 미국 라이고 핸포드, 미국 라이고 리빙스턴, 유럽 비르고 관측소이다. 라이고 관측소는 중력파 검출기 2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000 킬로미터 떨어진 핸포드 관측소와 리빙스턴 관측소에 각각 설치되어 있다. 3000 킬로미터는 빛의 속력으로 약 0.01초 걸리는 거리이다.
가동중:라이고 핸포드, 라이고 리빙스턴, 지오 600, 업그레이드 중:바르고, 카그라, 기획단계:라이고 인디아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관측소 여러 곳에서 중력파를 검출하면, 각 관측소에 중력파가 도달한 시각(epoch)차를 분석하여 중력파 방출 지점(천구상의 중력파원 천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피지컬 리뷰 논문 표지
국제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 2020년 무렵까지 라이고 인디아(인도), 카그라(일본)이 완성되어, 북반구에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가 구축될 예정이다.
1960년대 조세프 웨버등이 처음 시작한 중력파 검출 노력은 반 세기가 지나 2015년 어드벤스드 라이고의 GW150914 및 GW151226 검출로 결실을 맺었다. 칼텍의 이론물리학자 킵쏜과 MIT 대학의 실험물리학자 라이너 와이즈는 중력파 천문학의 형성과 중력파 직접 검출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이들은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중력파 검출기 개발에 큰 역할을 한 칼텍의 로널드 드레버 교수는 2017년초 별세). 중력파의 최초 검출 이후, 이미 국제 중력파 천문학계는 어드밴스드 라이고보다 몇 배 더 감도가 좋은 기기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어드밴스드 라이고의 감도로는 30-2000 헤르츠 대역에서 지구로부터 3억 광년 이내에서 발생하는 두 블랙홀간의 병합을 몇 초~몇 분 정도 관측할 수 있으며, 우리 은하에서 발생하는 초신성을 관측할 수 있다. 이보다 더 감도를 높이면 보다 먼 우주에서 방출되는 중력파 신호를 검출할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면 마치 초신성으로 우주의 진화를 연구하듯, 밀집성 쌍성의 병합 신호를 관측하여 우주 팽창, 우주내 질량 분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중력파 검출
2015년 9월 14일 국내 시간 오후 6시경, 라이고 과학협력단은 첫 번째 어드밴스드 라이고 과학가동 기간에 블랙홀 두 개가 병합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데 성공하였다.
1915년 상대성이론→1960년대 최초 중력파 검출기 발명→1970년 중력파 존재 간접 증명(펄서 관측)→2015년 중력파 직접 검출
중력파 최초 발견 논문이 실린 피지컬 리뷰 논문.
중력파 검출까지의 주요 사건과 라이고가 발견한 중력파 신호(왼쪽부터 GW150914와 GW151226이다). GW150914는 블랙홀-블랙홀 쌍성 병합에서 예측되는 곡선 형태를 그대로 따르는 처프신호(chirp) 신호가 선명히 보인다.
GW150914은 최초로 직접 검출된 중력파 신호일 뿐 아니라, 블랙홀-블랙홀 쌍성의 최초의 관측 증거이다. 검출된 중력파 신호를 천체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을 접목하여 분석하면 두 블랙홀의 개별 질량, 블랙홀 쌍성까지 거리등 여러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다. GW150914에 속한 블랙홀의 질량은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 29배정도로 측정되었으며, 오차를 고려해도 태양 질량보다 25배 이상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처음으로 블랙홀 질량을 관측으로 정확히 측정하게 된 것이다. GW150914와 GW151226의 발견과 여러 관측 결과는 많은 천체물리학자들에게 블랙홀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많은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중력파의 위치와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으면, 천체 망원경을 사용한 후속관측으로 중력파원에서 동반된 빛의 방출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블랙홀과 블랙홀의 병합으로부터는 빛의 방출이 기대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력파 신호 발견 직후 전 세계 수십 개의 관측 그룹에서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천체망원경을 사용한 후속 관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는 새로운 빛과 중력파의 동반 방출을 기대한 것이다.
천문관측 분포 도표
중력파 신호 분석으로 추정한 GW150914의 위치(검정색 실선)과 해당 영역 내에서 전파-적외선/가시광선-엑스선-감마선 망원경으로 수행된 후속 천문관측.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력파 검출기중에서 수억 광년내의 블랙홀 쌍성 합병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기기이다. 수년 내에 라이고뿐 아니라 비르고, 카그라등 국제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가 가동되면 보다 많은 중력파원의 발견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들 중력파원의 위치와 거리를 보다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중성자별-중성자별 충돌, 블랙홀-중성자별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면, 중력파 신호 검출 후 수 초 ~ 몇 달간 빛을 사용한 후속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중신호 천문학 네트워크는 이미 잘 구축되어 있으며, 국내 천문연구진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빛과 함께 뉴트리노나 중력파를 천문관측에 사용하여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부근에서 벌어지는 각종 천체 현상을 보다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종수정일

2017년 6월 19일